나. 민사재판권의 한계
(1) 대인적 제약
(가) 총설
국가의 영토고권(領土高權)에 따라 민사재판권도 국적을 묻지 않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자연인이나 법인에게 미친다. 다만, 헌법 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조약이나 국제관습법에 의하여 민사재판권이 면제되는 경우가 있다.
(나) 외국국가
국내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국가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국가는 외국의 법원에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피고로서 다른 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면제의 범위에 관하여는 절대적 면제설과 상대적 면제설(제한적 면제설)이 대립하고
있다. 절대적 면제설에 따르면 국가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의 성질을 묻지 않고 항상 재판권이 면제되지만, 상대적 면제설에 따르면 국가의 행위
자체의 성질에 따라 재판권면제의 범위를 정하게 된다.
대법원은 종래 절대적 면제설을 취하여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이후 견해를 변경하여 상대적 면제설에 따라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다) 외교관
외교관의 재판권면제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외교관 및 그 가족은 주재국의 국민이 아닌 한 민사재판권이 면제된다. 다만, ① 주재국의 영역 내에 있는 개인
부동산에 관한 소송(외교관이 공관의 목적을 위하여 파견국을 대신하여 소유하는 경우는 제외),
② 파견국을 대신하지 아니하고 개인의 자격으로 유언집행인, 유산관리인, 상속인 또는 유산수취인으로서 관련된 상속에 관한 소송, ③ 공적 직무
이외로 행한 직업적 또는 상업적 활동에 관한 소송에서는 민사재판권이 면제되지 아니한다(위 협약 31조 1항).
민사재판권이 면제되는 경우 외교관은 증인으로서 증언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하고(위 협약
31조 2항), 강제집행도 면제된다(위 협약 31조 3항). 그러나 외교관에 대한 재판권의 면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므로 파견국의 정부는
명시적 의사로써 이를 포기할 수 있다(위 협약 32조 1항·2항).
그리고 우리나라가 가입한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영사관원과
사무직원은 그 직무수행중의 행위에 대하여 주재국의 재판권이 면제된다(위 협약 43조 1항).
(라) 주한미군
우리나라에 있는 주한미군에 대한 민사재판권에 관하여는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 한다)이 규정하고 있다.
위 협정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구성원 및 내국인 아닌 고용원(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 포함)의
공무집행 중의 불법행위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이 면제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공무상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한국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우리 국가배상법에 따라 대한민국을 피고로 제소하여야 한다(한미행정협정의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2조).
그러나 주한미군의 공무집행에 관련 없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이 미친다(한미행정협정 23조 5항·10항). 다만, 이 경우에도 먼저 대한민국 당국의 배상금의 사정과
주한미군 당국의 배상금지급제의를 기다려 이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미국군인을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소제기를 할 수 있다(한미행정협정 23조 6항). 전시 또는 비전시의 계약으로 인한 분쟁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해결하는
외에 조정을 위하여 합동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한미행정협정 23조 10항)
(마) 국제기구
국제기구 및 그 구성원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준하여 재판권이 면제된다(국제연합헌장
105조, 전문기구의 특권과 면제에 관한 협약, 국제연합이 향유하는 특권과 면제에 관한 협약, 한국 내에서 국제연합이 향유하는 특권과 면제에
관한 협정).
(2) 대물적 제약(국제재판관할권)
우리나라 법원이 어떠한 사건에 관하여 재판권이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는 결국
국제재판관할권의 논의로 귀착된다. 이에 관해서는 종래 ①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을 역으로 추지(推知)하여 국내에 재판권이 인정되는
사건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하는 역추지설(進推知說), (2) 국제민사소송법상 기본이념인 조리, 즉, 어느 나라에서
재판하는 것이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고 당사자에게 공평하며 또 능률적·경제적인가 하는 점을 따져 국제재판관할을 정하여야 한다는
관할배분설(管輕配分說) 등이 주장되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고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 외국 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조리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3다39607 판결).
그 후 2001년 개정 국제사법(2001. 7. 1.부터 시행) 2조는,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하며(1항),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2항)고 규정하였다.
(3) 장소적 제약
민사재판권은 영토주권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에만 미치고 외국에서 행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외국과의 사법공조협정(司法共助協定)이 없는 한 외국에서 소송서류를 송달하거나 증거조사를 할 수는 없다(자세한 내용은 제38장 국제민사사법공조
부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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